[보층자료]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말이 머리말이다. 머리에서 꾸며낸 말이라고 해서 모든 말들이 머리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는 말보다 더 소중하며 더 으뜸되는 말은 없다. 고해(苦海)의 파도 속에서 해녀가 부르짖는 가장 소중한 소리, 지옥의 갱 속에서 광부가 부르짖는 가장 으뜸되는 소리는 ‘사람살려!’다.
한 소쿠리의 전복이나 한 짐의 금덩어리로써도 구할 수 없는 목숨을 이 한마디의 신호가 구해주는 것이다. 죽임을 당하는 고통 속에선 모든 민족들의 입이 외치는 구명(chin-ming!)의 절규는 ‘독립만세!’ 또는 ‘호산나!’(제발 지금 구원해 주옵소서)의 고함소리다.
민족의 생명을 구원해 달라는 부르짖음은 오래 전부터 민족의 심장들에서 솟아 나오는 기도와 축문 속에 연연히 결정(結晶)되어 잇다.
기도는 온갖 거창한 선언들과 헌장들보다도 성스러운 인류언어의 정화다. 주문은 온갖 가시적 칙어(勅語)와 어록들보다도 건전한 민족적 기도의 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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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들이 보는 앞에서 큰소리로 기도하며 주문을 되풀이하는 입(ㅁ)은 기도와 주문의 진미에 대한 불감증이라는 복수를 당한다. 기도와 주문이 조심성 없이 자주 입에 드나들면 그 참뜻이 잊혀지기 쉽다. 불성실한 기도와 주문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입 속에 굴러다니는 단물 빠진 껌처럼 자신의 턱을 지치게 하며, 남의 고막을 따갑게 할 따름이다. 뜻 모르고 중얼거린 기도는 혀의 부질없는 무용(舞踊)이며, 뜻 모르고 중얼거린 주문은 입술의 부질없는 풀무질이다.
기도에 면역된 인류의 굳은 혀를 생동케 하며, 주문에 중독 된 민족의 창백한 입술에 생기를 넣어주려면, 오랜 동안 기도와 주문 속에 감추어져 있었던 한울님(天主), 이름(언어), 거룩(聖), 한울나라, 땅, 빛(고통), 유혹, 악(마), 구원, 세계, 틈(間), 시(侍: 모심, 계심), 조화 (人爲性), 영세(平生), 부망(생각), 만사(존재), 지(인식)같은 개념들이 뜨겁고도 찬란한 불빛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 불빛을 해명하는 것이 ‘밝은 학문’(哲學)의 과제다. 민족들이 걷는 ‘새로운 삶’(新生)의 길은 이 불빛에 의하여서만 따뜻하고 밝게 비춰질 것이다.
1974년 3월 1일 국립 부산대학교 윤노빈
[증보내용]
나의 친구, 나의 스승 윤노빈 / 김지하
‘한울림’의 외침 / 송두율
‘동학의 세계 사상적 의미’에 대한 단상 / 최자웅
덧붙인 글 / 동학의 세계사상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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