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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전쟁
지은이 : 김학렬
가  격 :   19,500원
ISBN : 978- 89-7193-193-6(03320)
초판발행일 : 2009년 9월
이 책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금리정책 등을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정부와 한국은행 간의 대립과 갈등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한국은행에 대한 정부의 금리정책 간섭을 유형별, 시기별로 나누어 살펴보고, 한국은행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면서 금리정책 수행의 독자성을 확보하여 나갔는지를 짚어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과도한 경제성장과 그 부작용인 물가ㆍ부동산 가격의 불안정 및 경상수지 적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롤러코스터 경제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이를 통해 금리정책에 간섭하였던 정부의 행태가 한국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이 국민 여론을 조성하고 선도하는 국회와 언론에 의해서도 견제 받을 수 있음을 상정하고, 한국은행과 국회, 한국은행과 언론 등과의 교호작용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곧 국회의원들의 발언이나 언론의 각종 보도가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쳐 왔는지를 추적하면서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어 그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중앙은행을 논구한 서적이 손으로 꼽을 만큼 희귀한 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본격적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등을 비판적 시각에서 조감하고 평가한 최초의 책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특히 이 책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기간이 1997년 외환위기 직후로서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이 크게 달라졌던 격변기였고, 한국은행으로서도 독립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된 전환기였기 때문에 발간 의의가 더욱 큰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는 정통 한은 맨인 데다 1998년부터 4년간 한국은행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터라, 생생한 체험과 실제 사례들이 책 속에 녹아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중앙은행의 내부 작동구조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더하게 해 준다. 특히 역대 재경부 장관들의 회고록이 다수 출간되어 온 반면 금리정책과 관련해서 한국은행 인사들이 쓴 책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정부쪽으로 쏠린 경제정책의 시각을 보다 균형 있게 잡아주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 책은 금리정책을 서술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어려운 경제이론을 끌어 들이지 않고, 한국은행, 정부, 국회의 공식 문서와 신문 기사ㆍ논설, 그리고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비화들을 씨줄과 날줄로 삼고 있어, 신문 경제면을 읽을 정도의 독자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또한 제목 그대로 금리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국은행 간에 전개되었던 ‘기 싸움’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필자가 한국은행 워싱턴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접하면서 몇 번 놀란 적이 있는데,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이 새롭다. 먼저 미 연준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신뢰가 워낙 높다는 점은 놀라움 바로 그 자체였다. 당시에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에 의해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기 훨씬 이전이었고, 미국경제는 그린스펀 의장의 탁월한 리더십에 힘입어 장기간 안정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흔들하는 등 미 연준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듯하던 시기였다. 당시 한국은행 독립을 소망하며 절치부심하고 있었던 한국은행 직원들에게 미 연준은 가히 경이로운 탐구의 대상이었다.
다음으로 필자가 놀랐던 것은 미 연준을 다룬 책들이 워낙 많이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미 연준의 역사와 통화정책을 다룬 책들이 다수 발간되어 오고 있음은 물론 폴 볼커나 앨런 그린스펀 등 전현직 미 연준 의장들의 일대기 등도 출판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이것은 미 연준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높은 중요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었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고 폭 넓게 연구하는 미국의 풍요로운 지적 풍토와도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되었다.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에서는 아직도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 한국은행을 소재로 하여 출간된 책들도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희귀한 편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황량한 지적 풍토가 주요 원인이겠지만, 1997년 말 한국은행법이 개정되기 이전까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최종 책임이 정부에 있었기 때문에 독립적인 주제로 다룰 만큼 한국은행이나 통화정책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던 데에도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이 기획재정부장관(구 재경부장관)에서 한국은행 총재로 바뀐 지도 벌써 11년 이상이 흘렀다. 그 동안 한국은행의 위상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등을 비판적 시각에서 조감하고 이를 평가하는 작업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이미 도래했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이나 연구기관 또는 언론계에서 활약하는 훌륭한 분들이 통화정책 등 한국은행의 활동 전반을 정리하고 비평하는 일을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지만, 과문의 소치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그러한 기미가 감지되고 있지 않다. 이에 한국은행에 장기간 근무하였던 필자가 용기를 내어 직접 이 작업에 나섰음을 밝힌다.

이 책을 집필함에 있어서는 이 책이 한국은행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내용이 되지 않도록 가능한 한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자세로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노력하였다. 이것은 이처럼 옷깃을 여미고 치열하고 공평무사한 자세로 집필에 임하는 것만이 한국은행에서 31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받은 다대한 혜택 중 극히 일부분이라도 국민들에게 되돌려 드릴 수 있는 첩경임을 명심하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초부터 2002년 초까지 약 4년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등을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이다. 여기에는 행정부, 국회 및 한국은행의 공개 및 비공개 문서와 신문기사 ․ 논설은 물론이거니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비화들이 최대한 모아져 정리되어 있다. 이 이야기들의 중심에는 고(故) 전철환 총재가 자리잡고 있다. 진보적인 경제학자였던 그는 1998년 3월 총재에 취임하여 4년간 한국은행을 이끌었다. 필자가 특히 이 기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을 심사숙고한 결과이다.

첫째, 이 기간은 외환위기 직후 한국경제의 격변기이자 한국은행으로서도 독립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한국은행법이 개정된 직후의 전환기였다. 이 기간에 한국은행은 1997년 말 밀어닥쳤던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통화정책의 효율적 수행을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외화유동성을 원활히 확보하고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한국경제가 중장기적인 안정성장 궤도에서 일탈하지 않도록 당시 초저금리 체제를 장기간 유지하려는 정부의 집요한 통화정책 간섭을 뿌리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아울러 1998년 4월부터 발효된 개정 한국은행법에 의거 독립성이 강화된 데 상응하여 독자적인 위상을 확립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이를 힘겹게 극복해 나갔다. 따라서 필자로서는 이 기간의 한국은행 활동을 잘 정리하여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향후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매우 유익한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둘째, 이 기간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추진되었던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등이 다른 모든 경제 이슈를 압도하였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이 시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부각되었던 반면 한국은행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진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일부 인사들조차 외환위기 직후 한국은행이 했던 일이 별로 없었다는 인식을 지닌 채 지금까지 그런 내용의 글을 쓰는 상황이 전개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간 중 한국은행이 했던 일들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려 공정한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셋째, 이 책이 대상기간으로 하는 4년간 필자는 한국은행 총재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는 행운을 누렸다. 한국은행 역사상 최장(最長) 비서실장이라는 기록에 부끄러움이 없을 만큼 당시 한국은행이 험한 파고와 격랑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를 현장에서 또는 현장과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서 주도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당시 한국은행은 법률상 독립성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잦은 통화정책 간섭에 시달렸다. 더욱이 1950년 한국은행 설립 이래 줄곧 맡고 있었던 은행감독권을 신설된 금융감독원으로 넘겨준 터였다. 한국은행은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들이 회자하는 등 한국은행으로서는 매우 곤고한 시절이었다. 따라서 많은 한국은행 임직원들이 개정된 한국은행법에 상응하여 통화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함과 아울러 한국은행의 독립된 위상을 드높임으로써 국리민복에 이바지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은행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뇌하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필자로서는 당시 한국은행에서 일어났던 중요한 일들을 생생하게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후대의 사람들이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명의식을 지니게 되었다.

아무쪼록 이 책이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더욱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오직 경제적 판단에만 입각하여 막중한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는 데에 미력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설혹 정부나 여론으로부터의 압력이 거셀지라도 역사에 의해 평가받겠다는 자세로 과감히 이를 뿌리치면서 경제안정을 위한 고독한 길을 힘껏 달려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 책이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부와 한국은행 간의 대립과 갈등의 역사가 종언을 고하는 데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그럼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상생과 협력의 관계를 더욱 다져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는 당시 통화신용정책에 간섭하였던 정부의 행태가 어떠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짚어 보고 그러한 시도가 한국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아울러 당시 정부가 한국은행의 입장을 존중하고 한국은행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한국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었음을 입증하려고도 노력하였다.
이 책에서는 정부와 한국은행과의 관계 이외에 한국은행과 국회, 언론 등과의 교호작용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국회의원들의 발언이나 언론의 각종 보도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등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쳐 왔는지를 추적하고, 여기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어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노력하였다. 앞으로 국회와 언론이 한국은행의 의견을 경청하는 한편 보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자세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등을 비판하도록 유도하는 선순환적인 효과가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이 책이 나올 때까지 많은 분들로부터 다방면의 도움을 받았음을 밝힌다. 먼저 한국은행 당국은 필자가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는 방대한 양의 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었다. 특히 고 전철환 총재의 각종 연설문 및 강연 초안은 물론 조사연구자료와 보도자료 등 각종 자료들은 당초 한국은행 주요 부서 직원들이 작성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없었다면 필자가 집필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매우 협소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국은행 직원들과 필자의 협동작업의 소산이라고 해야 함이 타당할 것이다. 다음으로 고 전철환 총재의 사모님과 한국은행의 전현직 임직원들께서는 당시 그분들 이름으로 직접 언론에 기고하였던 옥고들을 이 책에 전재토록 하는데 기꺼이 동의해 주었다. 넓은 헤아림에 감사드린다.
필자가 한국은행에 재직하는 동안 비서실, 국제협력실, 경제교육센터, 조사국 등에서 함께 일했던 많은 직원들이 원고를 읽고 코멘트를 해 주었다. 특히 이헌승 팀장, 이병찬 차장, 박찬호 차장, 오금화 차장, 민준규 과장, 정일동 과장, 정삼선 과장 등은 처음부터 끝까지 숙독하여 줌은 물론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제안을 많이 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남아 있을 오류 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필자의 책임임을 밝힌다.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에서 근무했던 최희주 양과 인턴 과정을 밟았던 경희대학교 유병호 군은 각종 자료들을 찾아 정리해 주는 일을 기꺼이 담당하여 주었다.
이 책을 출간키로 결정해 준 학민사 사장님, 그리고 원고의 교정과 편집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신 학민사 편집실 관계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끝으로 5남2녀 자녀들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평생토록 고생만 하시고 지금도 아침저녁으로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계신 어머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부족한 남편을 항상 인내하며 지켜봐 준 아내, 격의 있는 대화를 통해 필자의 상상력에 끊임없이 불을 지펴주었던 오랜 친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보잘것없는 제가 이 책을 쓸 수 있도록 능력 주시고 인도하여 주신 주님,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2009년 7월

- 일산 꽃우물 동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