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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민사회사_산업화기 1961~1986
지은이 : 정상호
가  격 :   25,000원
ISBN : 978-89-7193-241-4 94330
초판발행일 : 2017년 5월
시민사회의 조직과 제도, 이념과 생활이라는 씨줄을
한국의 근대화 100년이라는 날줄에 맞춘 최초의 연구보고서.


『한국시민사회사_산업화기 1961~1986』은 다소 도발적인 문제의식과 역동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 심지어는 전문 연구자들조차 한국의 시민사회는 1987년 민주화와 더불어 생겨났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완전한 오류이자 편견이다. 1987년 6월 항쟁과 더불어 분출한 것은 시민사회가 아니라 ‘시민운동’이었다. 다시 말해 국가와 개인(가족)을 연결ㆍ매개하며, 국가나 시장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담보한 시민사회는 해방이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탄생과 더불어 형성ㆍ발전하였다. 시민사회는 비록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국가의 폭력성 앞에서 자유롭게 만개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시민사회가 아예 부재한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산업화기의 시민사회가 어떤 경로로 권위주의 국가에 포섭되었으며, 한편 시민사회 내의 어떤 영역이 어떤 방식으로 국가에 저항하였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은 한국사회가 당면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과잉 ‘이념화’라는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두 가지 대안을 담고 있다. 첫째는 헌법의 기본 가치와 원리에 대한 공동체의 합의 수준을 제고시키는 것이다.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높은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진보든 보수든 시민단체의 자율성과 독립성,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결국 헌정주의의 강화와 시민운동의 성숙이 박정희 체제를 극복하는 지름길이자 사회통합의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연구가 한국 시민사회에 대한 이론적 관심과 실천적 과제에 대한 논의의 수준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들어가는 말
『한국시민사회사_산업화기』 발간에 부쳐

2014년 가을 어느 무렵,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총서’ 사업이 발표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를 알게 된 나는 오랫동안 존경해왔던 주성수 교수님과 이나미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고, 어렵지 않게 드림팀을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다소 오만하게 스스로를 드림팀으로 명명한 데는 나름 근거가 있다. 주성수 교수님은 아직 한국사회에 시민사회와 자원봉사 개념이 낯설었던 1997년, 한양대학교에 ‘제3섹터연구소’를 설립하여 관련 연구를 선구적으로 진행하여 왔다. 필자와는 『민주주의 대 민주주의』(2006)라는 책을 함께 출간한 경험도 있다. 동학인 이나미 교수님은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2001)과 『한국의 보수와 수구』(2011)를 통해 해방 전후 이 땅의 근대정치의 형성을 설명하는데 주력하여 왔다. 필자 역시 『시민의 탄생과 진화: 한국인들은 어떻게 시민이 되었나?』(2014) 등의 개념사적 접근을 통해 한국 시민사회의 궤적을 추적하여 왔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애초 우리의 연구계획서의 제목은 <한국 시민사회사(1945~2014) : 제도, 조직, 이념, 생활사>이다. 시민사회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그 기원이 해방이 아니라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갔고, 마침 터진 탄핵 사태로 인해 뜨거웠던 이번 겨울을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시기가 근 100년을 다루게 되었고, 책의 분량도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두툼해질 수밖에 없었다. 공동작업의 성격과 최초로 출간되는『한국시민사회사』라는 책이 던져준 연구자로서의 책무감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 권을 아우를 공통된 연구방법론과 분류 방식을 고안해야 했다. 그것에 대한 나름 우리의 해법을 정리한 것이 ‘서론: 한국 시민사회사 연구방법론’이다. 필자들은 제도ㆍ조직ㆍ이념ㆍ생활사를 함께 다루겠다는 우리의 제안이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는지를 연구를 진행하면서 곧 절감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만에 이 방대한 작업을 마칠 수 있었던 동력은 연구책임자이신 주성수 교수님의 헌신적 리더십과 처음 가는 이 길에 대한 호기심과 자부심 탓이었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필자가 맡은『한국시민사회사_산업화기 1961~1986』은 다소 도발적인 문제의식과 역동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 심지어는 전문 연구자들조차 한국의 시민사회는 1987년 민주화와 더불어 생겨났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완전한 오류이자 편견이다. 1987년 6월 항쟁과 더불어 분출한 것은 시민사회가 아니라 ‘시민운동’이었다. 다시 말해 국가와 개인(가족)을 연결ㆍ매개하며, 국가나 시장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담보한 시민사회는 해방이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탄생과 더불어 형성ㆍ발전하였다. 비록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국가의 폭력성 앞에서 시민사회는 자유롭게 만개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시민사회가 아예 부재한 것은 아니었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산업화 단계의 시민사회가 어떤 경로로 권위주의 국가에 포섭되었으며, 한편 시민사회 내의 어떤 영역이 어떤 방식으로 국가에 저항하였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이번 작업을 통해 적지 않은 수확도 있었다. 시민사회사의 관점에서 헌법과 법률 등 공식 제도가 미친 영향을 정리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 또한 지금까지 관변단체나 국민운동의 사례와 범주는 새마을운동이나 한국노총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재건국민운동, 가족계획협회, 자연보호협의회, 재건학교 등 민간단체의 형식을 빌려 국가가 개입한 영역이 얼마나 광범위한 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저항과 참여의 관점에서 보면, 그간의 연구는 민주화운동, 특히 농민ㆍ노동운동이나 재야 등 당대를 앞선 선구적이고 영웅적인 집단이나 인물의 활약상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성금과 위문편지, 불매 및 서명운동, 동아일보 광고게재 등 그 시대를 살아간 보통사람들의 일상사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번 총서의 가장 큰 의의는 근 한 세기동안의 시민사회의 형상과 성질을 국제비영리조직분류(ICNPO)라는 단일한 기준에 따라 복원해 놓았다는 데 있다. 국가형성과 산업화, 민주화시기를 정치와 경제 등 주제 영역별로 다룬 뛰어난 연구들은 축적되어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조직과 제도, 이념과 생활이라는 씨줄을 한국의 근대화 100년이라는 날줄에 맞춘 연구는 이번 『한국시민사회사』가 처음이다.

뜻을 같이 하는 동료 연구자들과 의미 있는 과제를 수행하였던 지난 3년 동안 필자는 연구자로서 행복했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이유가 부족함을 정당화할 명분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필자의 눈에도, 자료에 치중하다보니 이론적 분석력이 다소 떨어진 부분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또 장절마다 중요도와 분량의 차이가 제법 크다. 가장 아쉬운 점은 산업화기를 마무리하는데 골몰하느라 앞의 국가형성기와 뒤의 민주화기의 서술과 내용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독자들의 권리이며, 이를 수렴해 보완하고 개선하는 것은 필자들의 몫이다.

이번『한국시민사회사』 연구가 한국 시민사회에 대한 이론적 관심과 실천적 과제에 대한 논의의 수준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어려운 출판 여건 속에서 우리의 서툰 고민을 세상에 깔끔하게 내놓을 수 있게 해준 학민사측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2017년 4월 정 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