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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키워드로 읽는 당시唐詩
지은이 : 김준연
가  격 :   13,500원
ISBN : 89-7193-171-x(03820)
초판발행일 : 2005년 8월
협회에 등록된 정식 선수만 700만 명인 브라질을 ‘축구의 나라’라 한다면 전통시대의 중국은 ‘시의 나라’라는 호칭이 어울릴 것이다. 당나라 이후로 시를 잘 지어야 관리 선발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기에 모든 지식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시 창작에 몰두했던 나라가 바로 중국이니 말이다. 그 중에서도 이백(李白), 두보(杜甫), 왕유(王維), 백거이(白居易) 등 이름만 들어도 찬란한 시인들이 활약한 당나라 시대는 중국시의 황금기로 일컬어져왔다.

당시(唐詩)가 중국문화의 정수라 해도 그 많은 작품들을 모두 읽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당대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우수한 시편만을 모은 선집을 엮어냈으며, 우리나라에서 나온 선집만도 수십 종을 헤아린다. 이 책도 당시(唐詩)에서 명편으로 꼽히는 100수를 선정했다는 점에서 선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선집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즉, ‘부즉불리(不卽不離)’이다. 작품 한 수마다 키워드를 뽑아 해설로 곁들여진 내용이 시의 내용과 달라붙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작품의 내용을 꼭 집어 분석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는 듯 하면서도 은근히 감상의 포인트를 제시해주는 에두름의 멋이랄까.

이 책에는 천 년 전 중국 당나라 때의 사회와 문화를 배경으로 하여 창작된 唐詩당시 속에서 오늘날을 사는 우리가 무엇을 되새겨볼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독도문제, 병역비리, 촛불시위 등이 그러하다. 그런가 하면 작품의 이면에 숨겨진 시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폭탄주 30잔’ 수준이었다는 이백(李白)의 주량, 결혼 후 10년 동안 남편의 얼굴을 두 번밖에 볼 수 없었던 두보(杜甫)의 아내, 서호(西湖)의 제방을 훼손한 사람에게 호수의 잡초를 뽑는 벌을 부과했던 백거이(白居易) 등등의 대표적인 에피소드를 219여개에 달하는 그림과 사진을 곁들여 소개한다.
 
         
중국 섬서성陝西省의 성도省都인 서안西安에 다녀온 지도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서안은 진시황릉과 병마용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라 자못 설랬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명나라 때 쌓았다는 성곽에 올라 내려다본 서안의 모습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던 건 어째서 였을까?

따지고 보면 중국에서 서안과 같은 인구 200여만의 도시는 ‘촌구석’에 속한다. 중경의 인구가 3천만을 넘어섰다는 센서스가 나와 있고, 상해는 유동인구까지 합쳐 4천만이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무슨 이유에선가 서안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부풀려져 있었고, 그만큼 실망도 컸다는 얘긴데….

지금으로부터 1400년 가량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서기 7세기 초반에 중국에서는 당나라가 건국되었다.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長安은 사방 20리가 넘는 성곽 안에 108개의 블록으로 이루어진 계획도시였다. 장안성을 가로지르는 주작대로는 서울의 세종로보다 넓은 150m에 달했다.

전문가의 고증에 의하면 당시 장안에는 약 30만호가 있었다고 한다. 인구로 따지면 100만이 훌쩍 넘었을 것이다. 로마제국의 수도 로마의 인구도 100만을 넘은 적이 있지만, 5세기에 서로마제국이 망한 뒤로는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10세기에는 고작 3만을 헤아렸다. 후에 당나라의 침입을 받았던 백제의 수도 부여의 인구도 5만에 불과했으니 장안은 그야말로 세계 최대의 도시였던 것이다.

휘황찬란했던 장안을 중심으로 당시唐詩도 한껏 꽃을 피웠다. 아름다운 자연과 산수를 노래했던 왕유와 맹호연, 술과 달의 시인 이백, 현실주의의 거장 두보, 중국 변경의 이국적 풍물을 노래했던 잠참과 고적 등 성당의 저명한 시인뿐만 아니라 유장경, 위응물, 유종원, 백거이, 유우석, 이하, 두목, 이상은 등 숱한 시인들이 장안과 지방을 오가며 기쁨과 슬픔, 환희와 좌절, 현실과 낭만을 노래했다.

그 장안에서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꼈던 것은 이런 당시唐詩의 대가들의 발자취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서였을까? 나중에 기어코 강소성 무석無錫에 있는 ‘당성唐城’을 찾아갔던 것은 그 때문이었던가도 싶다. 한낱 영화 세트장일 뿐이지만 당나라 시인들이 어울려 술 한 잔 기울였을 법한 주가酒家라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혼자 즐기던 당시를 대학생들과 함께 읽기 시작한 것도 벌써 몇 해째 되었다.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 천 년도 더 묵은 당시唐詩를 놓고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함께 생각해볼만한 것이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이 책에는 그런 숙제를 풀어가는 마음으로 가려 뽑은 100수의 당시와 그 속에서 100개의 키워드를 설정하고 우리 주변을 돌아보며 쓴 짤막한 글을 함께 담았다. 가급적 널리 알려진 작품을 빠뜨리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그래도 필자의 개인적인 기호가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중국 서안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구태여 참고서적으로 달래며 당시와 현대를 잇는 징검다리 삼아 끄적인 글들이 괜한 사족蛇足은 아닐까 조심스럽기도 하다. 이런 심정으로 주경여朱慶餘라는 시인은 “화장을 마치고 낮은 소리로 서방님께 물었지요! ‘눈썹 그린 깊이가 유행에 맞는지요?’”라는 시를 남겼나보다. 강호제현의 질정을 바랄 뿐이다.

이 책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애써준 학민사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야겠다. 불쑥 내밀다시피 한 원고를 독자의 한 사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며 선뜻 출판을 맡았준 김학민 사장님의 후의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인하대 김우석 교수님과 성신여대 이민우 교수님이 초고를 읽고 고견을 주신 것도 필자에게 큰 힘이 되었다.

끝으로 이 지면을 빌어 고향에 계신 부모님 늘 건강하시길 기원하며, 그 동안 성원해준 아내와 두 딸 혜원․혜민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