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극은 해방 전후 가파른 민족문학전선에서 탁월한 리얼리스트로서 민족 모순의 정곡을 찌르는 예리한 필봉을 펼쳤던 문학평론가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우리 문학사에서 박승극을 문학평론가로서만 평가해 온 것은 그의 활동을 너무 논쟁에만 초점을 맞춘데서 연유하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그의 비평활동이 가장 그다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박승극은 1930년 이후 민족진영이나 심지어 카프그룹까지 일제에 투항해 가는 암담한 현실에서, 당시 이중의 수탈로 신음하는 농민들의 삶과, 이를 조직화해서 일제에 저항하는 ‘주의자’들의 투쟁을 그린 여러 편의 소설을 남겼다.
그러나 박승극의 이러한 문학적 성과는 박승극의 입북과 이후의 민족분열의 진공지대에서 오랜 세월 푸른 이끼를 쓴 채 폐사지처럼 버려져 있었다.
이 책은 뒤늦게나마 박승극의 문학적 업적을 정리하는 작업 중에서 우선 일제 하에 발표된 농민소설과 ‘주의자’ 소설 17편을 묶은 것이다. 이 소설에서 20, 30년대 암울했던 근기지방 농민들의 수탈상과 박승극 자신의 비타협 노선을 엿볼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