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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으로 본 한국 고대사_우리 역사 이야기
지은이 : 정진명a
가  격 :   26,800원
ISBN : 978-89-7193-268-1 03910
초판발행일 : 2023년 12월
언어가 역사의 유물일 수 있는가?

역사학은 기록과 유물을 통해서 지난날을 재구성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늘 기록과 유물이라는 한계 안의 작업이 되고, 기록과 유물은 역사학을 가두는 굴레가 된다. 특히 자료가 적은 고대사는 이런 굴레의 제한이 더욱 크고, 한국의 고대사처럼 자료가 거의 없는 경우는 자료보다 그것을 해석하는 의견이 더욱 많아, 학문인지 해석학인지 소설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역사 기록이 ‘언어’로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할 수 있다. 언어는 역사의 유물일 수 있는가? 이 책을 구상할 때 던진 질문은 이것이고, 이 책을 쓸 때 내린 답은 “그렇다!”이다. 예컨대 단군조선의 임금인 단군은 어떤 말을 썼을까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단군조선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만약 이것을 알 수 있다면 지금까지 발굴된 단군조선 유물보다 단군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이상한 건 역사학에서 이런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사학에서는 언어(고대 언어)를 역사학의 유물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심지어 국어학계에서 1990년에 이미 한국의 고대 국가별 언어를 연구하여 정리하였는데, 이런 업적을 참고한 흔적이 전혀 없다. 학문 간의 단절을 인정한다고 해도, 역사학에서 이토록 국어학의 성과를 무시하는 건 정말 특이한 현상이다.

문제는 국어학에서 이미 이루어놓은 성과를 무시하면서도, 고대사 관련 자료에 나오는 인명 지명에 관해서 역사학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정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국사학계의 태두로 불리는 이병도의 『삼국사기』 번역서를 보면 지명 인명 관명 국명에 관해 말도 안 되는 추정과 억측으로 가득하다. 이런 점은 그 후대의 역사학자들도 똑같다. 국어학에서 볼 때, 이런 행위는 이상하다 못해 신비할 정도이다.

이 책 『어원으로 본 한국 고대사 _ 우리 역사 이야기』가 말해주듯이, 국어학 특히 어원 연구를 전공으로 한 국어학도가 한국 상고사에 나오는 인명 지명 국명 관명이 어떤 뜻인가 밝히고, 그것을 토대로 단군조선부터 삼국시대까지 여러 국가의 건국 과정과 사회 구성체의 성격을 설명한 것이다.

지은이 정진명의 주장에 따르면, 동북아시아의 여러 고대 국가들은 크게 터키어 몽골어 퉁구스어를 썼는데, 각 나라의 지배층이 이들 언어 사용자에 의해 교체되면서 왕권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단군조선과 신라 초기 지배층은 퉁구스어를 썼고, 기자조선과 고구려 백제는 몽골어를 썼고, 위만조선과 신라 후기 지배층은 터키어를 썼다. 가야의 지배층은 인도의 드라비다어를 썼다. 당시 동북아와 한반도의 피지배층은 길약어와 아이누어 같은 여러 언어를 썼다. 이것은 중국의 사서와 우리나라의 역사서에 기록된 당시의 지배층이 쓴 언어를 분석하여 국어학에서 그 동안 축적된 어원 연구 결과를 비교검토 함으로써 얻어낸 결론이다.

따라서 역사학에서 기록과 유물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역사상의 여러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이 어원 연구를 통해서 살펴보면 어째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문제까지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당나라가 신라를 무조건 지원함으로써 고구려 백제가 망하게 되는데, 이것은 당태종과 신라왕실이 터키어를 쓰는 동족이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어원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당태종은 동돌궐의 17대 가한(왕)이고, 신라 왕실은 흉노 휴도왕의 장남 김일제의 후손이라고 문무왕의 비문에 적혔다. 돌궐은 흉노의 후예로 이들 지배층은 터키어를 썼다. 당태종과 문무왕이 만난다면 터키어로 대화한다는 뜻이다. 신라의 사신은 당나라 조정에 가서 통역 없이 그들의 모국어인 터키어로 대화한 것이다.

이 책은 학문융합이 대세인 오늘날에, 어원학과 역사학이 만날 때 역사가 어떻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어원도 역사학의 훌륭한 유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역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우리 역사’라고 한 것은, 우리 역사인 듯하지만, 우리 역사가 아닌 것과 구분하려는 까닭입니다. 한국 고대사에 관한 자료는 중국의 기록에 많이 남았고, 또 그들의 언어 인 한문으로 적혔습니다. 이 말은,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 중국의 거울 에 비친 결과로 우리에게 남았다는 뜻이고, 중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 모습에서 그들의 시각을 걷어내고 우리 본래의 시각으로 보아야 함을 뜻합니다. 게다가 중국인들이 우리를 호의로 본 게 아니라 오랑캐의 시각으로 봤다면 더더욱 신중하게 그들의 기록에서 그들의 편견을 걷어내고 우리의 진면목眞面目을 살펴보려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배우는 우리 국사는 중국인들의 오랑캐라는 시각으로 묘사된 내용에다가 일본 제국주의가 씌운 색안경으로 덧칠되었습니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두 겹의 삐딱한 시각이 우리의 옛 모습을 일그러진 거울처럼 왜곡시켰습니다. 특히 한국의 상고사는 자료가 적어서 보는 사람의 눈이 다른 그 어느 시대의 자료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결과를 낳고, 시각에 따라서 전혀 상반된 결론에 다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남은 자료보다 그것을 보는 사람의 눈이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상고사가 제대 로 파악된 것인가 하는 의문을 중심으로 풀어갈 것입니다. 특히 지금 까지 제한된 자료를 해석하는 방법론이 다 나온 마당에 더는 새로울 것 없을 것 같은 상고사를 ‘언어학(국어학) ’이라는 시각으로 비추어 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언어에 남은 우리 겨레의 의식이 우리를 또 다 른 세계로 안내해줄지도 모릅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면서 언어를 통해 우리의 상고사를 파헤쳐보려는 이 시도를, 떫은 마음이 아니라 다독이는 마음으로 읽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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