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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기 에세이집- 그리움이 있어 행복하다
지은이 : 이성기
가  격 :   18,800원
ISBN : 978-89-7193-271-1 03810
초판발행일 : 2024년 10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자기의 생각을 외부로 발산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곧 인간은 자기의 생각과 느낌, 알고 있는 사실을 표현하고, 또 타인에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지은이 이성기는 대학에서 식육학(食肉學) 교수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임을 한 후 아쉬움과 홀가분함 속에서 인생 후반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식육학은 자연과학 중에서도 응용과학의 영역이다. 강의용 교재 등 식육학 관련 저서는 많이 있지만, 그것은 드라이한 과학서일 뿐이다. 평생 식육학 속에서 살아온 지은이가 인간의 삶, 곧 인간과 사회를 아우르는 삶의 넓은 스펙트럼을 사유의 목표로 삼아 쓴 글들을 모아 에세이집을 냈다.

지은이는 바쁜 업무 속에서도 사회적 이슈나 개인적 삶에서 느낀 생각, 또 자연에서 받은 단상을 틈틈이 적어 두었다. 일종의 취미로서의 글쓰기라고 할 수 있는데, 지은이는 이를 통해 많은 위안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아마도 글쓰기는 지은이에게 본향에 대한 그리움이었고, 고달픈 삶의 안식처이면서 이 모두를 풀어내는 놀이였다. 곧 글을 통해 자신과 소통하며 위로받고 싶었지만, 글들이 쌓여 지은이의 작은 역사가 되고, 삶을 바라보는 눈이 된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버리지 못하고 끌고 온 것을 차근차근 버려야 하는 나이에, 그동안 간간이 써 놓은 이런 글들은 계륵(鷄肋)이 되었다. 그러나 본향에 대한 그리움, 나이를 먹어가며 변해가는 일상사에 대한 소박한 고찰, 산과 들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색, 대학 시절부터 몸담아 온 흥사단 활동과 민족에 관한 관심 등은 지은이에게 있어 인생 자체였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유년과 청소년 시절부터 중장년에 접어들기까지 가슴에 머물렀던 속살을 모두 들추어냈다. 하루하루의 평범한 삶의 반복 속에서도 ‘내면의 불꽃’으로 기억된 그 순간들이 있어 행복한 오늘을 살아가고 있으니, 이 책은 지은이의 전반기 삶의 정리이자 후반기를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자신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자기의 생각을 외부로 발산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곧 인간은 자기의 생각과 느낌, 알고 있는 사실을 표현하고, 또 타인에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아주 오래전의 인류가 그들의 일상을 바위에 새긴 것이 그 증거이다. 심지어 알타미라의 어두운 동굴에서도 그림으로 그들의 생활상을 표현하려 했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류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내면의 자기 생각을 드러내 보이려는 행태는 두 가지 형식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일기와 같이 자기만의 고백을 기록하여 간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의 내면세계를 타인에게 알려 공감을 얻거나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이다.
내면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자기만의 고백으로 진행될 때는 훨씬 자유롭다. 그러나 대개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타인과 공유하거나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자기표현에 대한 모순된 욕망의 심리이다. 그래서 자기 글을 남에게 보이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글쓰기는 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강조하거나 자세히 설명하려 들기 때문이다.

근래에 나는 대학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약간의 아쉬움과 홀가분함 속에서 중장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나의 전공은 농업, 그중에서도 식육학食肉學이었다. 말하자면 내 전공은 자연과학 중에서도 응용과학의 영역이다. 그러하니 지금까지 전공을 살려 강의용 교재 등 여러 권의 식육학 관련 책을 썼지만, 그것은 드라이한 과학서일 뿐이었다.
이제 퇴직으로 식육학의 현장을 떠나고 보니 인간의 삶, 곧 인간과 사회를 아우르는 삶의 넓은 스펙트럼을 내 사유의 목표로 삼고 싶었다. 나는 그 목표를 그리워하는 본능적 열정과 현실적 능력의 한계 사이에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꿈을 찾아 한발 한발 나가다 보면 그 간극을 줄일 수 있을 것이리라 믿었다.
그러나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면 혼란스러운 생각에 주저주저하게 된다. 내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표현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기를 쓰듯, 자기 생각을 고백하면 글쓰기가 쉽다는 점을 안다. 일기책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창고이니, 잘 쓰고 못 쓰고 남을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독자의 반응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내가 전에 벨기에 겐트대학교 방문 연구교수를 끝내고 귀국하여 『벨기에 이야기』라는 책을 출간했을 때, 어느 친구가 “유럽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책을 내고자 계획하셨군요”라고 덕담을 했다. 그러나 벨기에 체류기를 쓸 목적으로 여행을 하고 글을 썼다면 책으로 출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냥 순수하게 내가 보고 체험하고 느낀 사실들을 단순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썼기 때문에 글이 모일 수 있었고, 그래서 그 글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펴낼 수 있었다.

연구소와 대학에 몸담았던 동안, 바쁜 일상에서 잠시 일탈하여 안식할 수 있었던 것은 나와의 대화였다. 가끔 생활에서 느낀 생각이나 자연에서 받은 단상을 적어 두곤 했다. 일종의 내 시공간에서 즐기는 취미였다. 분명 자연과학도의 책무와는 거리가 먼 영역이다. 아마도 그런 행위가 나에게는 그리움과 안식처를 제공했고, 때로는 놀이였나 보다. 글을 통해 자신과 소통하며 위로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 글들이 쌓여 내가 살아온 작은 역사가 되고, 삶을 바라보는 나의 눈이 된 것이다.
몇 십 년 동안 간간이 써 놓은 기록이 이제 버리기 힘든 유산이자 계륵鷄肋이 되었다. 새삼 돌이켜 보니 기록은 존재에 관한 확인 작업이었고, 고독에 대한 위로였다. 그리고 나를 지탱하고 이끈 꿈의 실천 행위이기도 하였다. 이번에 용기를 내어 그 글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였다. 오래 묵은 체증이 가시듯이 시원하면서도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이 글들을 모아놓고 보니, 안식하고 싶다는 본향에 대한 그리움, 나이를 먹어가며 변해가는 일상사에 대한 소박한 고찰, 산과 들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자연 과 생명에 대한 사색, 대학 시절부터 몸담아 온 흥사단 활동과 민족에 대한 관심 등으로 나눌 수 있었다.
책으로 묶으면서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힘들고 슬픈 내용은 제외하였다. 그렇지만 유년과 청소년 시절부터 중장년에 접어들기까지 가슴에 머물렀던 속살은 모두 들춰내었다. 이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이 고백에 공감할 수 있다면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우리 모두 호모 사피엔스이니 말이다.
2022년에 출간된 『세상의 모든 고기』에 이어, 이 책도 나의 둘째 딸 지수가 솜씨를 발휘해 삽화를 그려줘 아버지로서 흐뭇하다. 지수의 도움으로 책이 훨씬 예뻐졌다. 『벨기에 이야기』(2003)부터 인연을 이어 와 『세상의 모든 고기』(2022)도 출판해 주신 학민사의 양기원 대표가 이 책도 맡아주셨다. 너무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