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우리말을 위한, 우리말에 의한, ‘우리말 한자 사전’
이 책은 우리말로 된 ‘우리말 한자(漢字) 사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첫 열매(묶음)이다. 한자(漢字)의 원형이라 할 갑골문(甲骨文)과 최초의 한자사전이라는 설문해자(說文解字) 등 이제까지의 모든 한자(漢字)에 관련된 연구 결과를 가능한 한 모두 참조해서 우리말을 위한, 우리말에 의한 ‘우리말 한자(漢字) 사전’을 만들고자 했다.
한자(漢子)가 모든 인류 공통의 그림문자 중에 하나라는 것과 그 발음(發音)이 우리 소리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동녘 동(東)’자의 ‘동’이라는 발음이 우리말 ‘동여매다, 동그랗다, 동이 트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동그랗게 동여맨 보따리’의 모습에 붙여진 우리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25년 전 8년간의 징역살이를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법적으로 공부 외에는 아무 것도 허가되지 않는 세월이었지만 한자로 된 고전(古典)만은 까다로운 검열 없이 들여올 수 있었다.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은 한문책은 한자를 잘 모르니 그냥 사전만 보고 우리말로 읽어서 뜻이 통하면 읽었다. 발음을 모르면 최초의 한자인 갑골문(그림)으로만 이해하며 그냥 우리말로 읽었다. 읽다보니 원래 우리말이었다. 어떤 한자이건 모두 우리 소리말로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징역을 살고 나온 후 다른 한문학자들이 낸 한글 번역, 해설 본들을 읽어보니 글자만 한글일 뿐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구나 12년 전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며 살게 되고 보니 더 큰 문제에 부닥쳤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말의 7,80%나 되는 한자로 된 우리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더구나 <전운옥편(全韻玉篇)>, <신증유합(新增類合)> 등 원래의 우리 한자사전은 일본의 식민지 시절이던 1932년을 끝으로 다 사라지고 말았다. 아이들이 쓸 수 있는 한자사전이라고는 일본과 중국의 것을 베낀 사전들뿐이었다. 그 답답함을 이해해준 한 후배가 필요한 만큼의 책과 관련 자료들을 다 사주었다. 갑골문과 우리말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재를 만들기 시작한지 10년, 학민사의 도움으로 이제 겨우 책 모습을 갖추었다.
글자보다는 말이 먼저다. 한자 역시 글자로 쓰이기 전에 말이 먼저 있었다. 한자에 쓰인 발음이 바로 우리말이었다는 뜻이다. 한자말은 당연히 우리말이다. 그 확실한 증거는 세종대왕 때 나온 <동국정운(東國正韻)>과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있다. <동국정운>은 당시에 이미 망가지고 있었던 한자의 원 발음을 우리의 토속어에 남아있는 발음에서 되찾아 살려낸 정통 한자 표준 음운(音韻)서이자, 우리말 한자 사전이다. <동국정운>은 우리말 단어가 먼저 있고 그 단어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뜻을 여러 한자로 나타내는 형식으로 짜여졌다. 그리고 <훈몽자회>는 당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한자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또한 한글로도 쓸 수 있도록 풀어 쓴 책이다.
이 책은 그동안 일본어 문법을 추종해온 한글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아름다운 우리말을 되살려나가기 위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쉽다. 전혀 외울 필요가 없다. 그림이니 알아보면 되고 발음과 뜻은 우리말이니 저절로 알게 된다. 300여 개의 기본 글자로 2700여 개의 글자를 알아보고 쓸 수 있도록 엮었다. 엮는 방법은 스웨덴의 ‘B. Karlgren’이 제창하고 일본의 토오도오 아키야스(藤堂明保)가 발전시킨 ‘단어가족 묶기’, 그리고 ‘우리말 뿌리 찾기’에 두었다. 보면 보인다. 보아야 알고 알아야 보인다. 우리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안보아도 안다.
2015. 1월 장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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