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은 지구의 모든 육지가 통째로 들어가도 남을 만큼 넓다. 그런 태평양 주변 나라들이 지중해시대와 대서양시대를 지나 오늘날 세계를 주도할 문화권을 형성하며 태평양시대를 열고 있다. 태평양시대의 중심축은 바로 한·중·일이다. 이 세 나라는 옛날 제기(祭器)였던 솥의 세 발과 같은 상태에 놓여 있다. 세 발은 길이가 약간 달라도 솥이 쓰러지거나 흔들리지 않으며, 그다지 고르지 않은 바닥에서도 서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솥의 세 발과 관련해 만들어진 말인 ‘정족지세(鼎足之勢)’는 여러 나라 또는 여러 집단의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뜻한다. 이처럼 오늘날 한·중·일은 균형을 이루면서 다방면에 걸쳐 활발하게 교류하며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세 나라가 문화를 공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한자이다. 한·중·일은 한자를 통해 공존공영(共存共榮)해야 할 하나의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인 것이다. 중국은 한자를 전용하고 있고, 일본은 자기들의 언어생활에서 한자를 큰 비중으로 섞어 쓰고 있으며, 한국은 언어의 70%쯤이 한자와 관련되어 있다. 이렇게 세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한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문자이다. 영어가 만국공통어처럼 쓰이고 있지만, 세계적 언어정보 제공 사이트인 에스놀로그(Ethnologue, http://www.ethnologue.com)에서 발표한 ‘2019년 세계 언어순위’ 자료를 보면, 한자를 문자로 사용하는 중국어와 일본어, 한국어가 각각 1위와 9위,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어만 치더라도 사용자가 13억 1천 1백만 명으로 영어 3억 7천 9백만 명보다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세계가 갈수록 국경개념을 초월해 글로벌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한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더욱이 한자문화를 공유하는 세 나라는 미래 세대의 교류를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도 한자의 연구와 학습이 긴요하다. 그래서 2013년 한·중·일 한자 전문가들이 모여 우선 세 나라의 공용한자 808자를 선정한 것이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도 이 808자를 소개한 책들이 여러 권 나왔지만, 문자학을 바탕으로 808자를 제대로 풀이한 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를 아쉽게 생각한 필자를 비롯한 16명의 집필자들이 2년 여 동안 매주 한 번 모여 공동연구하면서 기획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이 책에는 십인십색(十人十色)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져 있다. 그 스펙트럼이 아름다운 무지개가 되기 위해서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집필진의 열의와 협력 덕분이다. 집필과 교열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원고를 컴퓨터로 정리해 주신 주현정 선생과 그 작업의 후반부를 맡아 주신 지연옥 선생, 책의 특징을 드러내는 학습목표를 설정하는 데 기여해 주신 양성모 선생과 이를 검토해 주신 임성자 선생, 한자의 기원과 808자 선정배경의 글을 써 주신 백현우․유혜순 선생, 덧붙이는 말을 써 주신 양성모․이순용 선생, 집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김명옥․엄용숙․유동열․이진남․허문․황수현 선생, 연구 모임의 총무이신 서덕순 선생, 일본어 교정에 애써 주신 김보경 선생, 영어와 관련된 음성학적 정보를 정리해 준 이순용 선생, 그리고 필자와 집필진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애써 주신 이미영․최희련 선생이 그 분들이다. 영진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한학중 교수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교수님은 중국어의 간체자를 일일이 확인해 주셨다. 그렇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등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긴 시간이 소요되어 집필진의 목마른 기다림이 있었다. 그 기다림을 참고 또 참으며 책을 만들어 주신 학민사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2020년 봄날에 김 종 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