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여행을 한 나라도 꽤 되고, 1년 이상 살아본 나라를 셈해도 서 너 군데가 되지만, 그 중에서도 네덜란드는 내게 아주 특별하다. 네덜란드에 가기 전에 알고 있었던 게 거의 없어서 특별하고, 그곳에서 네덜란드인과 결혼하여 네덜란드 식구가 되어 살게 되었으니 더 특별했다.
준비된 것과는 다르게 삶은 나를 가만히 두질 않는다. 덜컥 네덜란드에 가서 살게 되었고,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었다.
거의 책 한 권 분량만큼의 원고가 묶어져 출판사와 연결이 될 때만 해도, 그렇게 작고 먼 나라가 한국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끌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학민사와 출판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고, 편집을 하고 하는 중에 월드컵이 시작되었고, 그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승승장구를 하면서 나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멀기만 하다고 느껴졌던 나라 네덜란드가 지금처럼 우리에게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까.
큰 나라에 밀리고 가까운 나라에 밀려서 그 동안 네덜란드에 관한 관심은 그다지 없었다고 본다. 월드컵 덕분, 히딩크 덕분이리라.
나보다 훨씬 오래 네덜란드에 살아온 한국인들, 정통으로 네덜란드어를 공부해 네덜란드에서 대학, 대학원을 마친 전문가들, 네덜란드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 국적을 갖고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 분명히 많다. 책을 내는 데까지는 쓰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관심과 지식과 꾸준한 자료 수집, 집필을 하는 시간, 네 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그 중에 다른 사람들보다 자료 수집과, 앉아서 집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았던 것 같다.
한 나라에 대해 얼마나 잘 안다고 책을 쓰냐고 한다면, 내게도 할 말은 있다.
이것은 교과서나 역사책, 지침서가 아니고, 나의 생활경험에서 나온 문화적 충격, 내가 자라면서 겪었던 한국과는 사뭇 다른 문화들을 정리한 책이라는 것이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참고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네덜란드의 전부를 보여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고 한 나라에 대한 이해를 보다 깊이 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세계를 보는 안목도,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으리라.
많이도 서로 다를 것도 같지만, 어떻게 보면 결국은 먹고사는 것, 살아가는 방법이 궁극적으로 같다는 것, 고민과 애정과 증오, 슬픔은 어디에도 존재한다는 것은 한때 어지러웠던 나의 삶에 좋은 위로가 되었다. 어디에서 살든지, 무얼하며 살든지, 행복은 자기의 가슴속에서 나온다는 생각. 그래서 나는 이제 30대 중반이 넘어가나 보다.
나의 원고가 책이 되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한성기획 여러분들, 학민사 여러분들, 날마다 기이한 행동으로 문화적 충격을 듬뿍 안겨줌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나의 자료 수집에 도움이 되어준 남편 휴고에게도 감사. 좋은 친구로 변함없는 우정을 보여주는 꼰요와 이꺼리흐트에게도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
2002년 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