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포도주 양조의 인류사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술의 역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문화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농경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인류는 채집을 통한 이차적 제조과정을 거쳐 ‘술’을 얻었다는 의미이며, 농경이 시작되면서 보다 분명한 재생산 과정의 하나로 제주과정이 발생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역사적 개연성에 바탕을 둔 사실이기는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술은 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문화요소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맥주와 더불어 서양 술 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성과 농경이라는 제 1차 산업에서 제조라는 제 2차 산업으로의 발달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 포도주는 더더욱 커다란 중요성을 가진다. 이집트와 동아시아에서 전래된 포도주가 이탈리아 반도에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었으며, 또한 올리브유와 함께 대표적인 제2차 생산물로서 포도주가 자리잡을 수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로마제국의 흥망과도 어느 정도의 관련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성을 갖는다. 이와 같은 포도주의 역사성을 첫 번째 장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탈리아라는 지역적 개념 안에서 포도주를 해석할 수 있는 토대를 얻고자 함이다. 현재 전세계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문화 중의 하나로 자리잡은 포도주를 그 역사적 기원과 함께 알아봄으로써 어떠한 문화이든지 역사적 배경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2부 이탈리아 포도주 이야기
혹자는 포도주를 자연이 인간에게 선사한 가장 귀중한 선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자연은 ‘산(酸)’을 만들뿐 포도주를 만들지는 않는다. 이는 최종적으로 인간의 노력이 가미되어야만 우리가 즐기는 포도주가 만들어진다는 의미로 포도의 경작에서부터 수확 및 제조 등의 전(全)생산 공정에서 인간의 노력과 기술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야만 보다 좋고 맛있는 포도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땀과 노력으로 획득할 수 있는 이 같은 포도주를 인간이 어떻게 개입하여 만드는 것이며, 하나의 단일한 향이 아닌 여러 가지의 맛과 향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포도주를 생산하는 것일까? 이 장에서 전문적이고 자세한 분석적 설명은 할 수가 없을뿐더러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포도를 재배하는 이들에게나 유용한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전개하기에는 저자의 능력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다만 이탈리아라는 국가의 지형 안에서 자라는 포도와 포도주의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개념들은 밝히는 것이 이탈리아 포도주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된다고 믿기에 이탈리아에서 제조되는 포도주와 관련하여 몇 가지 항에 걸쳐 간략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보도록 하겠다.
3부 이탈리아의 특색있는 포도주들
현재(2000년 기준) 이탈리아에서 생산되고 있는 포도주는 공식적으로 12,000여종이 넘으며, 생산업체만도 1680여 업체에 달한다. 이외에 자신의 상표를 달지 않고 납품하는 소규모 업체나 흔히 하우스 와인이라고 하는 종류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며, 생산 지역도 어느 일정한 지역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20개 주 전역에 산재해 있다. 여기서 이를 모두 다룰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체계적인 분류가 될 수 있도록 정리함과 동시에 각 지역별로 포도주를 소개함으로써 지역에 맞는 포도주 소개와 주요 포도주에 대하여는 간단한 설명도 아울러 첨가하도록 하겠다. 빠스따나 치즈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음식 종류보다 더 많은 가지 수가 생산되는 이탈리아 포도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설명이 꼭 필요하다. 지중해성 기후에 가장 적합한 작물의 하나인 포도가 포도주 생산의 기본임은 말할 필요가 없기에 어떤 기후적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느냐는 결국 포도주를 이해하는 기본이 될 것이다. 또한 포도라는 과실을 통하여 ‘술’이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음식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기본이 되는 요소들과 조건들에 대하여도 함께 알아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 개요의 하나일 것이다. 그저 같은 빛깔의 유사한 맛을 지닐 것 같은 포도주가 맛과 색에서 미미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기후와 지질이라는 지형적 요소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토질이나 기후가 갖는 문화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품질에 따라 관리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농업적 사고가 뒤떨어진 우리 나라에게는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고 할 것이다. 바로 그와 같은 품질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지는 곳이 이번 장이다.
4부 알고 마시면 즐거운 이탈리아 포도주
우아하게 장식된 테이블,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름다운 촛대, 투명하고 둥근 멋진 유리 잔 두 개, 그 가운데 놓인 품격 있는 와인 한 병.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거나 상상할 수 있는 와인에 대한 보편적인 배경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소품으로 장식된 화면일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와 같은 배경화면은 이탈리아에서는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바로 이와 같은 관념적이고 상상적인 커다란 차이만큼 한국에서 생각하는 ‘와인’과 이탈리아에서 생각하는 ‘포도주’는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이번 장에서는 지금까지의 일반적 상식을 통한 설명 위주에서 벗어나 구체적으로 하나의 지역 또는 국가로서의 이탈리아에 국한하여 포도주가 가지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의미를 돌아보고, 이탈리아 포도주를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바라 볼 것인가에 대하여도 간단하게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최근에 우리 나라에 많이 소개되기 시작한 이탈리아산의 포도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귀족적이거나 또는 분위기를 위해 마시는 술이라는 개념보다는 하나의 음식으로서 식사를 할 때 동반하는 여러 음식 중의 하나라는 개념이 훨씬 강하다. 이는 ‘술’의 범주로서 가지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보다는 ‘음식’의 범주에서 고려되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상징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기본적 개념에서 이탈리아에서의 포도주들이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고, 앞에서 살펴본 포도주의 역사와 기본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지역적 단위에서의 보다 확장되고 세세한 부분까지도 되짚어봄으로써 한국에서의 이탈리아산 포도주에 대한 적절하고 유익한 선택에 도움이 될 뿐만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지역적 특징들과 함께 독특한 먹거리 문화에 대한 이해도 곁들였다. 특히 이탈리아 포도주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 사항에서부터 실제로 이탈리아나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포도주들의 선택의 문제와 그에 따르는 음식의 조화 문제 등의 실제적이고 유용한 부분들에까지 각각의 장을 할당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또한 우리 나라에 소개된 역사가 길지 않은 이탈리아 포도주에 대하여 잘못 알려진 이탈리아 포도주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에 도움이 될 사항들에 관하여도 언급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