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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영화, 그리고 거짓말
지은이 : 유영호
가  격 :   10,000원
ISBN : 978-89-7193-194-3 (03680)
초판발행일 : 2009년 11월 27일
영화인 탈북자들의 거짓말

남쪽의 북한영화 연구자들은 탈북자들의 북한영화에 대한 증언을 비판적 검토 없이 그대로 인용한다. 이러한 탈북자들의 증언은 학자들의 학문적 권위까지 더하여 아무런 의심 없는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필자가 북한영화와 기타 관련 자료들을 검토, 분석해 본 결과 김정일 위원장의 지원과 교감 속에서 북에서 직접 영화를 제작하였다는 신상옥 감독이나 여배우 최은희, 기타 북에서 영화계에 종사하였다는 탈북자들이 전하는 증언 가운데 상당한 거짓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거짓된 사례들은 북한영화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왜곡하게 할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북의 실상을 반공논리로 재단, 각인시켜 결과적으로 남북의 화해와 상생의 길을 더욱 멀어지게 해 민족사의 큰 해악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남쪽 북한영화 연구자들의 거짓말

탈냉전의 시대라고 하지만 한반도는 아직도 ‘우리만의 냉전’ 속에 살고 있다. 아직도 강력히 남아있는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하여 북한영화를 일반인들이 관람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북한영화에 대한 연구가 몇몇 학자들의 영역 속에 제한되면서 그에 대한 일반인들의 ‘비판’과 ‘반비판’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결과에 대하여 비판이 존재하기 힘든 ‘그들만의 리그’ 영역에 있으면서 북한영화의 객관적 사실조차 주관적으로 왜곡하여 해석하였던 것이다.
필자는 이 책에서 결코 북한영화를 바라보는 남쪽 연구자들의 관점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이제까지의 대다수 북한영화 연구자들이 자기의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동원하는 근거(영화 속 이야기)들이 북한영화가 보여주는 객관적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폭로’한다. 이는 그들의 선험적(先驗的) 결론에 북한영화를 강제로 끼워 맞추고자 하면서 벌어지는 비학문적 현상 때문이다.

이 책의 집필목적

뉴턴은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곧 뉴턴이 위대한 과학자가 된 것은 그에 앞선 연구가 탄탄하였기에 그 위에 올라 좀 더 멀리까지 세상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영화 연구에 있어서 선행연구는 디딤돌은커녕 오히려 함정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거짓말’은 바로 북한영화를 바라보는 남쪽 연구자들의 ‘거짓말’인 것이다. 북한영화를 분석해온 그 동안의 연구물들이 북한영화를 얼마나 많은 거짓말로 재형상해 왔나를 확인하며, 북한의 모든 것을 정확히 볼 수 있을 때만이 ‘통일’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책은 집필되었다.
이 책은 의도적이었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북한영화에 대한 남쪽 연구자들의 무지와 왜곡, 과장과 폄훼 현상을 수 백 편의 영상자료를 실증적 근거로 분석하여 그 허구성을 폭로한다.

 
           
글을 시작하며

필자가 북한영화를 접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6.15 공동선언 이후 급속히 전개되는 통일정세의 변화에 조응하여 좀 더 북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아보고자 함이었다. 북을 아는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곳으로 자주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실재 생활을 하고 있는 인민들과 많은 접촉을 가져 보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그들의 삶과 세계관을 연출하고 있는 그들의 영화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영화가 여타의 문화 매체와 마찬가지로 그 사회를 거울처럼 반영한다는 ‘반영론’에 따른 접근방식이다. 이것이 현재의 조건에서 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많은 발 품을 팔고, 시간을 내어 특수자료실을 찾아 다녔고, 또 인터넷 등을 뒤지며 지난 수 년간 적지 않은 북한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북한영화 관람을 통하여 나름대로 그들의 삶과 세계관에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영화 관람과 더불어 그것들에 대하여 남쪽에서 연구된 글들을 읽고 있는데, 아이러니 한 것은 필자가 처음 북한영화를 보면서 놀란 것보다 더 많이 놀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에서 영화는 자본주의사회와는 달리 사회주의 인민교양 수단으로써의 역할이 1차적으로 부여되어 있다. 따라서 그것에 대한 분석은 필연코 북에 대한 정치사상적 접근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된다. 여기서 북한영화연구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시각에서 북한영화를 분석하는 것이야 당연하고도 정당한 것이지만 이들 연구자들이 사물을 분석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 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필자가 놀란 이유를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마치 영화 속에서 북쪽 사람들이 빈대떡을 만들어 맛있게 먹는 장면을 보고,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는 피자를 먹는 장면이 영화 속에 나왔다며 그것은 곧 사회가 개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식의 분석이라는 것이다.
북한영화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연구자들 사이에 견해를 달리한다면 그것은 북한영화를 해석하는 도구로 사용된 방법론 내지는 사물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그 경우는 영화해석에 대한 서로의 옳고 그름은 영화해석 결과에 대한 논쟁보다는 그 방법론 및 세계관에 대한 논쟁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자기 주장을 위하여 그들이 영화 속에서 끌어내는 근거가 거짓이거나 착오일 경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즉 그것은 해석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주장에 동원된 근거가 맞냐 틀리냐의 문제인 것이다. 즉 남쪽의 북한영화연구자들의 글 속에는 북한영화에 대하여 상당히 많은 거짓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당 영화 속에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있다고 전제하고 자기의 주장을 펴는가 하면, 영화 속에 보여지는 것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여 자기주장에 맞게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릇된 북한영화에 대한 정보와 분석은 북한영화라는 1차 자료를 일반인들이 누구나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로 그러한 분석에 대하여 광범위한 비판과 반비판이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선행 연구자들의 거짓정보가 그 뒤를 따르는 연구자들에 의하여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승계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적지 않은 연구물들을 보았지만 필자가 본 연구물들 가운데 선행 연구를 비판한 글들을 찾아 보기란 쉽지 않았다. 북한영화에 대한 거의 모든 연구가 해당 분야에 대한 최초의 연구이기 때문이다. 선행 연구자료는 그저 참고자료일 뿐 비판자료로 이용된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탈냉전 시대에 접어들어 새롭게 등장한 제2세대 북한영화연구자들의 연구성과물이 선행 연구자료에 대한 검증과 비판 속에서 창조된 것들이 아니라 제1세대 북한영화연구자들과 다른 시각에서 바라봤을 뿐이며, 그들의 연구성과를 재구성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선행연구에 대한 무비판적 승계방식은 탈북자들과의 접견 등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탈북자들의 증언에 대하여 아무런 비판적 검토도 없이 연구자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시키는데 있어서 그대로 인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최소한 지난 냉전시대에 있어서의 그러한 분석은 그렇다 치더라도 탈냉전의 현 시대에 이르러서도 그러한 관행은 여전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제2세대 북한영화연구자들이 앞선 연구자들과 유일하게 다른 점은 북한영화라는 것에 대하여 ‘구체적’ 영상물들을 분석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 제1세대 연구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영화조차 보지도 않고 그에 대한 북측의 평론 등을 보고 선험적으로 쓰여진 글들이 많았다면, 제2세대 연구자들은 최소한 그렇지는 않으며, 자신들이 분석하고자 하는 해당 영상물을 직접 관람하고 글을 쓴다는 사실뿐이다. 이것은 물론 엄청난 차이다. 그런데 이들 제2세대 연구자들이 쉽게 범하는 오류는 분석하고자 하는 영상물을 평가하면서 자신들이 미쳐 보지 못한 영상물과 너무도 쉽고도 가볍게 비교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1세대 연구자들과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어느 영화를 분석하면서 그 영화에서 보여지는 특정 이야기나 장면이 그 이전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라는 둥 마치 이전 시대의 영상물들을 모두 자신이 보고 분석한 것처럼 논리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접한 한 두 편의 영상물에서 보여지는 장면을 이러한 방식으로 북한영화 전체로 보편화 시켜버리거나, 아니면 지난 시대의 영화들과 단절시켜 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제2세대 연구자들 역시 냉전시대 반공잡지에서나 난무할 법한 내용이 논리적 근거나 구체적 검증자료 없이 박사급 연구자들의 글 속에 버젓이 올라온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이러한 북한영화에 대한 연구의 흐름과 또 그들 연구물들의 한계에 대하여 필자가 연구한 범위 내에서 실증적으로 구체적 반박자료를 동원하여 비판을 전개하도록 하겠다. 물론 필자가 영화학을 전공한 영화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영화이론적인 비판은 없을 것이며, 단지 이들 북한영화연구자들이 범하고 있는 객관적 사실 여부에 대하여서만 논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이 주장하는 북한영화의 변화 등에 대하여 다른 각도에서의 문제제기 등이 될 것이다. 물론 여기서 필자가 나름대로 조사한 통계적 자료에 근거한 비판이 될 것이다.
참고로 이 글이 6.15 공동선언 이후 활발하게 북한영화를 연구하고 있는 분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앞으로 더욱 활발하고 광범위하게 연구해 나가는 것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