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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강국‘ 신기루
지은이 : 김학렬
가  격 :   19,000원
ISBN : 978-89-7193-222-3 (03320)
초판발행일 : 2014년 9월
이 책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금융강국 대한민국’을 향한 노력이 오히려 그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점들로 인해 한국경제를 외환 금융 면에서 커다란 어려움에 빠뜨렸음을 파노라마처럼 기술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산업이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이라고 확신하고 대한민국을 금융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제반 정책을 추진하였다. 먼저,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형화 추진이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인수합병(M&A)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하여 사활을 걸고 대출금 증대 및 외화영업 확대 등 외형 경쟁에 매진하였다. 금융감독 당국은 다른 나라 금융기관들이 우리나라에 둥지를 많이 틀게 하려면 금융규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금융규제 완화에 전력투구하였다.
또한 우리나라를 금융허브로 만든는 명목으로 2005년에 설립된 한국투자공사(KIC)는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헐어 넘겨준 외화자금 20억 달러로 메릴린치 지분투자에 나섰다가 투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날려버리는 큰 손실을 입기도 하였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미국의 부실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려고 달려들다가 막판에 가서야 가까스로 중단하였다. 두 사례 모두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 및 ‘글로벌 플레이어’급 금융기관 출현이라는 정부의 금융강국 건설 목표를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다.
결국 이러한 정책들이 조급하고 무리하게 추진됨에 따라 우리나라 은행들은 취약한 자금조달 및 비정상적인 자금운용 구조를 갖게 되었다. 그 결과 예대율이 과도한 수준으로 치솟았고, 단기외채를 중심으로 외채 규모가 급증하는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였으며,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997년 말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커다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 임에도 당시 겪었던 위기의 원인에 관해 몇몇 단편적인 논문들만 발표되었을 뿐 이런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금융강국 건설이라는 신기루에 홀려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제반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이 현저히 약화되고, 나라 전체가 거의 외환위기 국면에 봉착하게 되었던 상황에 대한 최초의 역사기록이자 엄중한 고발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저자의 30년 이상 재직한 한국은행에서의 실무 경험과 대학에서의 연구, 강의 경험을 살려, 딱딱한 경제 이야기이지만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에게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차분하고 생생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나가고 있음이 이 책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 책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국민이라면 누구나 꼭 알아야 둬야할 정책들에 대해 알기 쉽게 읽을 수 있고, ‘금융강국 대한민국’의 허망한 꿈과 가혹한 현실에 냉철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책 머리에



필자는 1990년대 중반 한국은행 워싱턴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워싱턴 D.C에 수없이 많은 민간연구소들이 둥지를 틀고 있음을 알고서 많은 것을 느낀 바 있다. 각종 연구소들의 명칭, 주소, 설립목적, 전화 및 팩스 번호 등을 반 쪽 정도로 정리한 수백 쪽의 연구소 명부(directory)가 출간되어 서점에서 판매될 정도였다. 이들 민간연구소들은 미국정부의 정책 수립을 폭 넓게 지원하는 한편 미국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당시만 하여도 한국에서는 정부나 재벌의 영향력 하에 있는 정부 출연 또는 재벌 산하 연구원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을 뿐 순수 민간연구소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워싱턴 D.C에는 브루킹스연구소처럼 매우 큰 규모의 민간연구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연구 인력이 한 두 사람인 민간연구소들도 상당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 작은 연구소들은 워싱턴 D.C 시가지 내의 옛날 가정집에 사무실을 두고 있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행의 중간간부였던 필자는 이처럼 한 두 사람이 운영하는 민간연구소들의 활동상을 보면서 필자의 은퇴 후 삶과 관련하여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곧 한국은행에서 퇴직한 이후 필마단기로라도 기획재정부(당시 재정경제원) 등 정부의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비판하는 일을 한다면 개인적인 여가선용은 물론 나라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당시는 한국은행법이 개정되기 이전이어서 기획재정부장관(당시 재정경제원 장관)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등 기획재정부가 재정정책은 물론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한국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관치금융을 철폐하는 데 미력이나마 이바지하려면 은퇴 후에는 기획재정부 등 주요 경제부처의 제반 정책 등을 추적하고 비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바 있다.

필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이처럼 오래 전에 구상했던 대로 은퇴 이후 자유롭고 홀가분한 입장에서 기획재정부 및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의 주요 경제정책을 끈질기게 추적하여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정부가 앞으로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에 있다. 이 책은 노무현 정부 및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동북아금융허브 정책 및 금융 중심지 정책이 한국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다루고 있다. 당시 정부가 우리나라를 금융 강국으로 만들기 위하여 추진하였던 정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경제를 거의 위기국면으로 치닫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음을 필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구구절절 보여주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필자가 한국은행을 퇴직한 직후인 2009년 출간한 『금리전쟁』의 제2탄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금리전쟁』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의 통화신용정책을 둘러싸고 전개되었던 한국은행과 재경부 간의 대립과 갈등을 소재로 하였다. 당시 필자는 『금리전쟁』을 통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집요한 간섭이 어떠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짚어 보고, 이러한 간섭이 한국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보여주려고 나름대로 노력한 바 있다.

필자는 『금리전쟁』을 출간하면서 앞으로 저술가의 길을 걸어가겠노라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런데 어쩌다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학을 강의하는 데 재미를 붙이다 보니, 첫 책을 출간한 이후 5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이제야 책 한 권을 더 내게 되어 필자의 불민함과 게으름에 대한 부끄러움이 앞선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마다 꺼내 읽었던 다음의 글을 되새기면서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더욱 각고면려할 것을 다짐해 본다. 이 글은 필자의 조부(김경종)께서 오래 전에 쓰셨던 문집 『백수여음』의 서문의 한 구절이다.

사람이 젊은 시절에는 뜻하는 바가 원대하고 바라는 바가 높다. 스스로 학문, 사업, 문장, 저술로써 앞길을 기대하여 마음을 쓰고 기질을 갈고 닦는다. 그러나 또한 타고 난 재주와 분수에 막히고, 일의 형편에 그르침을 당하여 끝내는 뜻하고 바라던 곳에 이르지 못하고 몸은 이미 백발이 되어 버린다.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길에서 머뭇거리던 사람이, 묻건대 얼마인가? 아무개(나)의 평생의 일이 바로 이런 유인 것 이다. 뜻은 있었으나 용감히 나아갈 수 없었고, 바램은 있었으나 계획하여 마칠 수 없 었다. 도중에서 망설이다 빈궁한 오두막에서 헛되이 보내버렸다. (그렇지만) 다시는 옛 날의 뜻하고 바라던 바에 이를 수 없음을 비탄하면서 어찌 빈손으로만 돌아가야 하겠 는가?

이 책이 나올 때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박영렬 전 원장(현재 경영대학장)님과 이연호 원장님, 백기범 부장님은 천학비재한 필자를 객원교수로 받아주시어 쾌적한 연구공간을 제공하여 주시고 각종 지원을 원활하게 해 주셨다. 이 분들의 호의와 배려가 없었다면 청운의 꿈을 키웠던 연세동산에 다시 돌아와 이 책을 쓸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출간 자체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마고우인 곽재선 학형과 김성집 학형, 그리고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민준규 차장 등은 이 책의 원고를 숙독하여줌은 물론 비판적인 시각에서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제안을 많이 해 주셨다. 이 분들의 소중한 코멘트에 힘입어 이 책의 완성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이 책에 남아있을지 모를 오류 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필자의 책임이다.
원고의 편집과정에서 많은 조언과 노력을 기울여주신 김학민 선배님과, 사상 최악의 출판 불황에서도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하고 선뜻 출간을 결정해 주신 학민사 양기원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5남2녀 자식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지금도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기도하고 계신 어머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부족한 남편을 인내하며 지켜봐 준 아내. 늘 따뜻한 우정으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오랜 친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고양 꽃우물 동네에서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