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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큐레이터로 살아가기
지은이 : 최란아
가  격 :   13,800원
ISBN : 978-89-7193-227-8 (03900)
초판발행일 : 2015년 4월 5일
미술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상하이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미술 이야기!

2010년 엑스포를 개최하며 발전에 발전을 하고 있는 도시 상하이,
세계 10대 고층빌딩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상하이,
그래서 더욱 화려하고 멋지고, 세계 첨단을 향해 무섭게 돌아가고 있는 상하이,
지금 상하이에는 정부 주도 아래 건립된 공공미술관과 개인의 자금으로 연 미술관, 그리고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갤러리가 도처에 널려 있다.
중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힘입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미술, 그리고 그 여파로 상하이에서 미술인들과 일을 하게 된 이 책의 저자 최란아. 미술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미술을 사랑했고, 미술을 사랑했지만 그 어지러움에 예술가로서의 삶을 포기했던 그는,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자신의 열정이 깃들어 있었던 미술과 함께 살고 있다. 네덜란드인 남편을 따라 상하이에 왔으나 황금을 캐러 몰려든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던 어느 날, 중국 화가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 미술과의 문화여행.
상하이에서 큐레이터로 살아가며 여러 전시와 아트 프로젝트, 아트 페어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일해 온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장애도 많고 모험도 뒤따랐지만 덴마크 공주와의 저녁식사, 지금은 왕의 남자가 된 네덜란드 총영사와의 우정 등 보통의 도시에서 평범한 삶을 살았더라면 겪지 못했을 상하이에서의 미술 이야기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풀어냈다.
미술은 꼭 높은 곳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고, 대중에게 많이 보여 져야 한다는 저자는, 미술을 사랑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혹은 전문 지식이 없어서 미술을 즐기지 못한다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담았다. 21세기 문화도시 상하이를 즐기려면 꼭 읽어봐야 할 재미있는 책, 미술계에 종사하면서 중국 진출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적 의미와 정보를 제공할 책이다.

 
           
작가의 말

얼떨결에 그곳에 갔고, 잠깐일 거라 생각하며 짐을 풀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잠시 들르는 정거장 중의 하나겠지 생각했다. 신식 거리로 탈바꿈 하느라 먼지 범벅인 난징루 때문에 불편했어도,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와 행인이 뒤범벅된 도로가 무서웠어도, 머리와 옷차림과 가방과 신발이 전혀 매치되지 않는 이상한 패션의 여인들로 머리가 복잡해졌을 때도, 고함을 치며 전화를 받는 사람들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나는 생각했다. 이건 그냥 정거장일 뿐이라고, 이제 곧 문 닫고 출발할 것이라고. 이게 정거장이 아닌 종점처럼 느껴지는 건 다만 내가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창 밖에 동이 트면 거짓말처럼 깨어날 그런 꿈.

그러나 그건 꿈이 아니었다. 잠시 들른 줄 알았던 상하이는 나의 30대와 그 이상의 세월에 녹아든 오랜 현실이 되었다. 상하이에서의 날들은 하루하루가 모험이었고, 도전이었고, 난관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며 우정을 쌓다 상하이에 숨어 있던 모나리자를 만났다. 청춘의 열정과 창의를 향한 사랑과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의욕으로 뭉쳐진 예술의 혼을.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모여든 미국의 이민자들처럼, 분홍빛 미래를 꿈꾸며 돈을 벌려고 모여든 사람들의 도시 상하이에서, 정부의 뒷받침과 몇 몇 큰 손에 의해 무섭게 일어나는 경제적인 거품과 더불어 단단하게 뭉쳐지고 있던 예술의 결정체.

상하이는 지난 이십 년, 정신없이 움직이고 변했다. 그 안에 머물며 함께 그 소용돌이와도 같은 발전을 목격했으니 차라리 그것은 행운이었다. 흰 종이 위에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던가. 어떤 형태로든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더구나 원래의 자리에서라면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란 더 특별하다. 내게 상하이는 그런 곳이었다. 예상치 않았던 문화 충격에 우울하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고 피하고도 싶었지만, 반면에 어려움을 뚫고 가는 짜릿함과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행운을 얻지 않았는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한 로버트 엘리어트의 말처럼, 즐기기로 작정하고 뛰어드니 모든 것들이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가슴 속에 있는 꿈을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촉각적으로 현실화 하는 사람들, 그들은 예술가다. 커다란 바위를 거대한 헝겊으로 덮고, 알몸으로 춤을 추며 세상에 소리치고, 들소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주저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폭포수에 앉아 목을 트고 하루의 열 네 시간을 온전히 연습과 창작에 몰두하는 사람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들. 그런 예술가들과 함께 손을 잡고 동행했으니 지난 몇 년은 내게 꿈과도 같은, 행복이 넘치는 시간이 되었다.

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미술이 멀리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누구라도, 미술을 이해할 수 있고, 미술을 즐길 수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미술은 사실 우리의 삶의 구석구석에 녹아 있다는 것, 평범한 우리도 예술가의 기질이 있고, 예술가들도 결국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술 작품에 대한 해설이나 미술 그 자체의 이야기보다는, 미술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 겪은 뒷이야기를 썼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나에게 용기를 준 사람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에서 함께 일을 했던 한국 작가들의 이름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 존경스러운 한국 작가 분들과, 고마운 분들, 일을 하며,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 한 분들이 많았지만, 행여 나의 책에서 다루는 에피소드로 인해 작가의 작품세계나 철학이 한국 독자들에게 왜곡되어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였다.

나와 함께 일하며 디자인 프로젝트를 도맡다시피 했던, 밤잠 자지 못하고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그러면서도 멋진 사진들을 많이 찍어 건네준 동생 규민이와, 상하이의 미술 현장을 생생하게 발품 팔아 다니며 자료를 모아준 김새슬(상하이 교통대학 문화예술경영학과 졸)님과, 역시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호연 님, 그리고 한동안 나와 같은 배를 타고 상하이 미술여행을 함께 해 준 김무성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상하이를 향한 그들의 사랑이 상하이의 예술 현장에 커다란 도움으로 승화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우리의 예술여행은 어떤 형태로든지 계속될 것이다. 시끄럽고 특이하고 아름다운 예술을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 사는 세상이 더 재미있어진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