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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_소문素問
지은이 : 정진명* 註解
가  격 :   38,000원
ISBN : 978-89-7193-228-5 (03510)
초판발행일 : 2015년 6월 10일
동양의학은 2천 년 전에 완성되었다. 중국의 진한시대에 완성된 이 의학은 2천 년 간 동양사회 백성들의 삶을 떠받쳤다. 그런데 불과 2백 년 전에 들어온 서양의학이 그 이전 2천 년간 진리라고 여겨왔던 동양의학을 미신의 자리로 몰아냈다. 지금은 서양의학의 관점으로 병을 보고 몸을 본다. 이것은 서양의학이 동양의학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모든 병을 고쳐주는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병원을 다녀온 뒤로 의사가 이름 붙여준 그 병의 환자로 전락한다. 모르고 지냈던 것들이 모든 병명을 달고 세상에 드러난다. 오히려 병이 더 많아졌다. 병원은 날로 늘어나고 환자는 병원 문에 줄지어 섰다. 무엇이 문제일까?

서양의학은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눈에 띄게 발전을 해왔지만, 그 발전의 밑바탕에 해부학이 놓였다는 것을 잊기 쉽다. 해부학은 산 사람이 아니라 주검을 해부해서 그 작동원리를 찾아내는 학문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주검과 다르다. 어떤 점이 주검과 다를까? 바로 이에 대한 질문이 서양의학에는 없다. 이 질문을 하지 않으면 의사 앞에 눕혀진 몸은 자동차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부러지면 붙이고 닳으면 새 것으로 갈아치우는 것이다. 해부학에 바탕을 둔 서양의학은 이런 숙명을 벗어날 수 없다.

동양의학은 사람과 주검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한다. 그리고 그 차이는 기운(氣)이라고 결론 내린다. 기운이 사람의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관찰하고 그것을 이론으로 정리한다. 바로 그 과정에서 활용된 이론이 춘추전국시대에 한 학파로 자리 잡은 음양오행론이다. 이에 따르면 건강과 병이란, 5장6부가 균형을 이루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의 균형이 무너지면 그것이 병이고, 무너진 균형을 찾으면 병이 건강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결국 의학이란 이 불균형을 바로잡는 모든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2천 년 전의 의원들이 수많은 논쟁을 통해 얻어낸 귀한 경험과 이론을 정리한 책이『황제내경』이다. 특히 『황제내경』 2권 중의 하나인 「소문」은, 동양의학의 밑바탕을 이루는 책이다. 그래서 세세한 처방이나 해결책보다는 몸과 병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가 하는 의학 철학으로 채워졌다. 이런 관점은 이후 2천 년 동안이나 동양사회를 굳건히 떠받친 이론이 될 수 있었다.

황제내경은 「소문」과 「영추」 2가지다. 「영추」는 이미 주해자가 번역했다. 동양의학의 밑그림을 놓은 책인 만큼 번역본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의학 서적이란 전문가끼리 돌려보는 책이어서 일반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작 어렵고 중요한 용어 한문 그대로 두고 옮겼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바로 이런 점을 두고 오래 고민한 저자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로 옮긴 것이 이 책이다.

동양의학은 서양의학에서 보지 못하는 새로운 안목을 열어준다. 병을 병으로만 보고 쳐부수어야 할 적으로 간주하면 결국 자신의 몸을 죽이는 결과에 이른다는 것이 동양의학의 기본시각이다. 따라서 병든 곳을 잘라내고 없앨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을 고민하고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아서 몸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을 때이다. 그럴 때 『황제내경 - 소문』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책머리에 (일부)


서양의학은 나무를 보느라 숲을 못 보고, 동양의학은 숲을 보느라 나무를 못 본 측면이 많다. 둘 다 보면 좋겠지만, 그들이 출발선에서 결정한 시각 때문에 세월이 흘러도 관심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가자미 눈 효과는 벗어날 길이 없다. 특히 산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기운(氣)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동양의학의 전제는, 분명한 증거만을 믿는 서양의학의 관점에서는 용납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의학의 서세동점이 진행된 지난 100년간 동양의학도 위기를 맞았고, 그것은 제도권의 교육 방법에 그대로 나타난다. 오늘날 동양의학의 뼈대는 1960년대 중국 한의학의 산물이고, 그것이 일본과 한국으로 넘어와서 한의학 교육의 뼈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성주의의 결정체인 공산주의의 영향 하에서 동양의학의 재편성이 이루어졌음을 뜻한다. 이 과정에서 미신스러운 내용들은 모조리 빠지고 서양의학의 합리성에 부합되는 부분만 취사선택된 것이 오늘날의 제도권 동양의학 체제이다. 미신스럽다고 의심 받아 마땅한 것이 바로 기운(氣)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그 미신스러운 이야기들의 보물창고가 바로 『황제내경』이다.

지금은 그 속의 내용들조차 서양의학의 시각으로 보면 미신스럽지만, 사실 『황제내경』은 고대 의사였던 무당과 싸우면서 형성된 매우 참신한 <과학>에 속한다. 귀신의 영역에 있던 기운의 질서를 논리의 마당으로 끌어내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밝힐 수 있다고 믿었던 진한대 의원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이다. 물론 그 이론은 음양5행론이다. 그만큼 『황제내경』은 의원들의 확실한 믿음과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리고 지난 2000년 동안 그 믿음은 동양 사회를 떠받치는 주춧돌이 되었다. 이 아성이 무너진 것은 불과 200년이 채 안 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황제내경』에는 처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내용을 보면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소박한 철학책 수준이다. 실제 처방이 별로 없으니 실용서로서는 실격이다. 바로 이 점이 의원들조차도 별로 읽지 않는 묘한 책이 된 사연이다. 그러나 처방집을 읽으면서 드는 의문을 풀어보려고 조금만 더 파고들면 이 책의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영롱한 빛을 낸다. 처방이 아니라 그 처방의 원리를 드러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동양의학의 살길은, 서양의학의 이론으로 과학성을 검증 받는 것이 아니다. 동양의 눈으로 병을 보고, 동양의 눈으로 사람을 보고, 동양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이는 렌즈는 처방집이나 경험방에 있지 않다. 처방을 낳은 철학에 있다. 『황제내경』이 바로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