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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민사회사_국가형성기 1945~1960
지은이 : 이나미
가  격 :   27,000원
ISBN : 978-89-7193-248-3 94330
초판발행일 : 2018년 1월
이 책은 해방 후 찾아온 혼란에 시민사회가 대응해나간 국가형성기를 다루고 있다. 시기는 1945년부터 1961년 5.16 쿠데타 이전으로, 16년 정도 되는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들이 일어났던 시기이다. 해방, 미군의 진주, 분단, 헌법제정, 정부수립, 테러와 암살,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독재, 부정 선거, 혁명, 쿠데타가 이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났다.

이 시기는 정치적 격돌의 시기이기 때문에 시민사회에 대한 기존 연구도 대체로 정치적인 면에 집중되어 있다. 국가형성기는 좌우의 갈등, 분단, 전쟁, 혁명 등 ‘정치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또한 권력이 여타의 다른 분야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정치적 측면을 보지 않고는 다른 영역도 제대로 파악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 이 책은 국가형성기 시민사회의 제도, 조직, 생활, 이념을 보되, 정치영역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영역도 같이 탐구한다. 그리하여 이 시기 한국 시민사회를 종합적이고 다각적으로 고찰하여 그동안 다루어지지 않았던 시민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

한국 시민사회의 역사를 1945년 이후부터 다루는 것을 보고 그 역사를 너무 짧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1987년 이후에야 한국에서 시민사회가 등장했다고 보는 등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저자는 조선시대 중반부터 ‘시민적’성격을 갖는 주체들이 등장했고, 구한말에 이미 시민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면의 한계 등으로 이 책에서는 한국현대사부터 시민사회를 보기로 했다. 구체적인 연구대상에 있어서 그 뿌리가 해방 이전부터 존재하는 것은 그 시기를 거슬러 살펴보기로 했다. 예컨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단체인 흥사단은 1913년 설립 때부터 고찰하였다.

전반적으로 이 시기는 시민사회가 아직 성립되지 않은 때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해방 후 생겨난 수많은 각종 정당과 단체들은 시민들의 활발한 사회참여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특히 좌우 이념대립이 극심하여 정치와 무관한 문화, 예술, 체육단체조차도 좌우 이념에 따라 나뉘어 조직되었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의 좌파 탄압과 우파 지원으로 시민의 동원과 참여의 구분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시기 각 분야에서의 시민들의 참여는 매우 활발했으며 또한 비교적 자발적이었다. 시민사회의 힘이 이미 이 시기부터 보여 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시민단체의 사회참여가 어떻게 전개되었고, 시민사회가 각 분야에서 어떻게 대응해 나갔는가를 추적한다.
 
             
(중략)

이밖에 한국전쟁은 시민사회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사회는 전후 재건의 분위기를 갖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음울하고 냉소적 느낌을 주었다. 당시 상황을 그린 영화를 보면 특징적인 것은, 남성의 좌절과 여성의 냉소이다. 전쟁 경험은 남성들에게 트라우마를, 여성에게는 불신과 억척스러움을 갖게 했다. 오늘날의 장애자에 대한 인권 의식이 없었던 당시 상이군인은 전쟁의 희생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퇴물, 병신으로 부를 만큼 사회 내 소외된 존재였다. 영화 <오발탄>을 보면 오늘날에는 훈장으로 여길 만한 옆구리의 총상마저도 당시에는 극심한 열등감의 원인이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들은 이미 전역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곽하사, 중대장 등으로 부르는 등 군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다. 한편 당시 여성들은 현재보다 더 강하고 억척스러움을 보인다. 이들은 누구도 믿을 수가 없으며 심지어 양색시를 하더라도 살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사회가 이렇듯 암울한 것에는 정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부정과 부패가 일상적이고 아무런 희망을 주지 않았다. 독재를 위한 부정선거는 부도덕의 바닥을 보여주었고 이에 결국 시민들은 일어섰다. 분노한 시민들이 일으킨 4월 혁명은 권력을 몰아내었고 다시금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나 그것은 다시 군인들의 군화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
이 시기의 암울함은 이후 박정희 정권 시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혼란스러웠으나 그나마 자유가 존재했던 시기였다. 정치적 민주화란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역사의 시기 구분은 ‘국가형성기-산업화기-민주화기’ 대신 ‘혼란의 시기-억압의 시기-해방의 시기’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