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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과 신화
지은이 : 이영재
가  격 :   19,000원
ISBN : 9788971932384 03330
초판발행일 : 2016년 10월 25일
‘신화’란 아주 힘든 일을 이루었을 때 이 기적과 같은 성취를 윤색하여 사회(또는 공동체)적 규범과 연대의 동력원이 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1950년대 모든 생산시설이 파괴된 전쟁의 폐허에서, 1960년대 사리사욕에만 눈이 멀어 부정한 수단으로 집권연장을 획책한 정치적 혼란상의 한 복판에서 이룬 경제성장이기에 이 ‘한강의 기적’은 응당 ‘신화’로 호명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 신화가 특정세력이 전략적으로 그 주체를 변조한 신화라면 어떤가? 당연히 그 신화의 주체와 내용을 제대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공장과 신화』는 여성노동자들의 공장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현대사의 왜곡된 ‘신화’를 비판하고, 교정하고자 한다.

이 책은 1970년대 여성노동자들의 가슴 속 이야기들과 교감하고 있다.
제Ⅰ부, ‘서울의 꿈’은 서울로 상경하는 예비 여성노동자들의 인간적인 갈등과 고민, 꿈이 주를 이룬다.
제Ⅱ부, 영등포 공단 여성노동자 이야기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1970년대 후반 영등포공단의 대일화학, 롯데제과, 해태제과 세 사업장의 구체적인 노동민주화 이야기이다. 각 사업장의 사례를 통해 민주노조가 어떠한 동력으로 만들어지고, 와해되는지, 8시간 노동제가 관철된 이면의 고통은 무엇인지, 사측과 노동자 사이의 갈등양상이 세세하게 드러나 있다.
제Ⅲ부, ‘왜곡된 신화’에서는 2000년대 이후 학계나 시민사회 진영에서 목소리를 높여 온 뉴라이트의 현대사관을 문제 삼고 있다. 뉴라이트가 성장신화의 주체로 지목한 소위 ‘산업화 세력’은 ‘식민지근대화론’과 ‘건국신화’를 바탕으로 ‘성장신화’의 주체로 새롭게 호명된 가공된 주체다. 뉴라이트 사관은 일제 식민지 덕에 한국이 근대화 되었다는 궤변으로 조선총독부에 충성을 다한 매국 세력에게 면죄부를 줌으로써 친일세력을 비호한다. 최근에는 건국절 운운하며 건국신화를 날조해 이들에게 수세적 면죄부 차원을 넘어 능동적 수준에서 ‘건국’이라는 감투를 부여하고자 한다. 여기에 더해 산업화 세력에 의한 성장신화까지 연결하여 현대사 왜곡의 정점을 찍고자 한다. 필자는 친일세력, 반공세력, 산업화세력이 시대적 색깔만 바꾼 동일 세력이라고 규정한다.

정부가 정부다울 때 국민은 살맛이 난다. 우리는 이런 정부를 가져본 경험이 거의 없다. 정부가 권력놀음에 취해서 국민이 안중에 없을 때 민주화 투쟁을 한 경험이 훨씬 많다. 이 책의 주인공들인 1970년대 여성노동자들 역시 그랬다. 더구나 이 여성노동자들은 가장 노골적으로 권력놀음을 하던 유신체제와 대면했다. 유신체제는 여성노동자들의 호소와 절규에 한 번도 정부답게 응답하지 않았다. 당시의 헌법에도 버젓이 노동기본권이 명시되어 있었고, 정부가 노동청을 비롯한 각종 행정조직을 구비하고 있었지만, 정작 노동자들에게는 중앙정보부를 앞세운 공안행정만 작동했다. 노동집약 산업의 저임금 체제에서 18시간 ‘곱빼기’ 노동으로 경제성장을 일군 여성노동자들에게 정부는 ‘공순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고, 인간다운 삶을 요구한 여성노동자들에게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놓았다.

40여년이 지나 정부는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고, 명예회복 하겠다고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를 만들어 그 여성노동자들의 주소지로 달랑 민주화운동 관련증서 한 장을 우송했다. ‘사과’나 ‘감사’의 메시지 하나 없었다. 국가를 위해, 사회를 위해 헌신한 국민들을 예우할 줄 모르는 정부는 함량 미달이다. 게다가 특정 정치세력이 국민들의 시대사적 노력의 성과를 전취하고 독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사회정의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그동안 1970년대의 격동적 삶을 대변하는 이 ‘성장신화’에 시대와 호흡하며 숨 가쁘게 살아 온 민초들의 땀과 눈물의 흔적이 지워져 있다. 한국 사회에서 1970년대를 접속하는 기억의 코드가 ‘박정희’라는 한 인물의 신격화로 획일화되어서는 안된다. 특정한 인물과 세력이 ‘성장신화’의 기억코드를 독점하는 동안 공장에서 숱한 밤을 새며 수출물량을 맞추고, 인간다운 노동의 대가를 호소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민초들의 이야기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이 책은 이 이야기들을 사회에 드러내고 제대로 된 신화의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이영재

이영재

지은이 이영재는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동․서 비교정치사상 전공)로 있으면서 한국정치사상학회 이사, 동양정치사상사학회 편집위원, 역사와 책임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09년 시기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하면서 체득한 과거청산과 민주주의에 대한 천착,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개인들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관련 저술 활동을 해왔다. 최근에는 ‘공감이론’과 ‘나눔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며, 한국 근·현대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한국 근·현대 정치사상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저술로는『민주주의 강의2: 사상』(2007, 공저),『자유․희망․진보를 향한 교육민주화』(2011),『민의 나라, 조선』(2015), 『민주장정 100년, 광주․전남 교육민주화운동사』(2016),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이행기 정의의 본질과 형태에 관한 연구」(2012), 「공자의 ‘서(恕)’ 개념에 관한 공감도덕론적 해석」(2013), 「한국민주주의 공고화와 5․18특별법」(2015), 「다층적 이행기 정의의 포괄적 청산과 화해 실험」(2015), 「데이비드 흄의 공감 개념에 관한 연구」,「스코틀랜드 도덕철학의 전통에서 본 아담 스미스 도덕감정론의 함의」(2015) 등 다수가 있다.